삶의 지도, 개발자로서 지금까지의 여정
글또 지원을 위해 삶의 지도라는 것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겪은 일들과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1. 컴퓨터 공학으로 입문
고3 때, 저는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없었고 막연히 물리랑 수학을 좋아해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 필수 과목 중 4학점짜리 "프로그래밍 기초 및 실습" 과목이 있었습니다. 입학 전에 예상하지 못한 과목이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C언어를 배웠는데 "Hello World" 를 터미널에 출력했을 때 느낀 신기함과 짜릿함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수업을 듣고 프로젝트를 할 수록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어요.
당시 우리 학교 전자공학과에는 반도체 공학,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총 4가지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을 계속 배울 수 있는 임베디드 트랙을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공부가 재밌어서 한 선택이었지만, 이것이 제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되었어요.
운영체제, 자료구조,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들을 배우면서 컴퓨터 공학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며 프로젝트, 과제 등을 통해 직접 기획하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제일 재밌고 기억나는 프로젝트는 "자동차 번호판 번호 인식 앱" 개발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인 팀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고 알고리즘과 이미지 처리 기법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와 실용성 사이
이미지 처리에 관심을 두게 되어 영상 처리 수업을 듣고, 대학원 학부생 연구원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인공지능에도 관심이 생겨 인공지능 + 이미지 처리 관련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활동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주제 선정부터 공부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고, 심지어 매주 교수님께 연구 내용을 "가르쳐" 드려야 했습니다. (물론 연구실 사람들에게 도움받을 수는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크게 기를 수 있었습니다.
1년 반 동안 논문을 읽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고,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는 것과 실험 결과가 좋아질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1년 반 동안 학업과 연구실 활동을 너무 열심히 했던 탓인지 석사 진학을 앞두고 약간의 번아웃과 함께 연구의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연구한 것이 진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연구 활동이 너무 이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3. PC방 알바와 유럽 여행
1년의 휴식 기간 중 처음 2개월은 심신의 회복에 집중했습니다. (근데 이때는 번아웃이라는 것도 몰랐고 제가 그 상태라는 것도 인지 못했었습니다.) 그 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스스로 힘으로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자 8개월간 PC방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PC방 초기 오픈부터 참여하며 상품을 구매하고 메뉴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PC방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1개월간 혼자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럽 여행에 대해 할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메인 스토리에 벗어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4. 서비스 개발의 꿈을 향해!
여행을 마치고 깊은 고민 끝에 연구보다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토스,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같은 서비스가 대중화되던 시기라 사람들의 불편함을 없애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이에 임베디드 개발자가 아닌 서비스 개발자로의 전환을 결심하고 부트캠프에 참여했습니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개발 분야를 경험하며 스스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Node.js를 사용해 도서관 서비스의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구현해보고, 팀 프로젝트로 OTT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마지막 프로젝트에서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효율적으로 작업해 우수한 결과를 얻어냈고, 이 경험은 저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이 때 진로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정했는데, 프로젝트를 통해 겪은 내용과 강연 와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용자와 가장 가깝게 위치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제 욕구를 해소시켜줄 수 있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5. 첫 직장에서의 성장과 도전
부트캠프를 마치고 패션 서비스 스타트업인 룩코에 입사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서비스의 목표에 크게 공감했고, 사용자 경험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임팩트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사용자의 불편함을 없애주고 싶다는 제 가치관과도 맞아떨어져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2년간 근무하면서 처음 1년은 디지털 옷장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팀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다양한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첫 평가 때, 다른 팀원들로부터 소통을 더 편하게 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고, 더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하여 정말 뿌듯했습니다. API 최적화, 기능 고도화 등 다양한 과제에 참여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년 차에 접어들면서 회사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투자 사정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디지털 옷장 앱 서비스를 보고 입사한 것이었는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제품에 애정이 깊었거든요. 기존 앱 서비스를 버리고 B2B 웹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회사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조금 변하면서, 점차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갔고 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점은 스터디 활동에 제약이 걸린다는 것이었어요.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결국 성장에 대한 욕구 + 자사 서비스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 + 지식 공유와 스터디가 자유로운 환경으로의 이직을 꿈꾸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6. 퇴사 후 노력
퇴사 후,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개발자로서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가 원하는 환경의 회사에 입사하려면 프론트엔드 기본기를 조금 더 다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왓에버 멘토링을 통해 자바스크립트, 웹 브라우저, 리액트에 대해 부족한 점을 메꾸며 알맹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기술의 철학과 설계 원칙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코드를 작성하고, 더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점이 아쉬워 글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기술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제 생각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여러 시행착오와 깨달은 점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7. 삶의 지도를 통해 발견한 나의 특징
호기심이 많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개발 분야에 관심을 두고 탐구했습니다.주도적이고 적극적이다.
연구실과 회사에서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문제를 찾고 개선을 제안했습니다.끈기있다.
대학 프로젝트, 연구실 인턴, 부트캠프, 회사 생활 모두에서 맡은 바를 끝까지 해냈습니다.
마치며
삶의 지도를 통해 알게 된 저는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개발자입니다. 사람들의 불편을 없애고자 하는 열정으로 서비스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임베디드에서 AI를 거쳐 프론트엔드 웹/앱으로 개발 분야는 변경되었지만,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일관된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앞으로도 전문성을 더욱 키워 사용자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또 모임을 통해 단순히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는 것을 넘어, 글쓰기를 통해 성찰과 지식의 체계화, 그리고 커뮤니티를 통한 활발한 교류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